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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성

Talk about anything 2009. 10. 19. 09:07
- 모래성

나는 모래성이다.

완성되기 위해서 한 알, 한 알
곱디 고운 모래를 모아 만든 모래성이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이 모래성은 그리 오래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파도가 오면 다시 모래사장으로 사라져버릴 것이란 것을..

어짜피 뻔한 결과를 알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한 알, 한 알
모래를 주어 모래성을 만드는 것에 고심한다.

모래성은 곧 나이기에...

지금 만든 모래성은 어떤 모습인가?
그리고 이것이 사라지고 난 다음엔 어떤 모래성을 지을 것인가..

지금도 모래성을 만드는 것에 고심하고 있다.
어떤 모래성을 만들어야 거친 파도가 와도 무너지지 않을 것인지..
또, 그런 모래성이 존재하는 지 말이야.

이 모든 것이 그저 이상에 불과하다면
어짜피 사라져버릴 모래성일지라도 나의 최종형 모래성을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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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의문의 몽상가
|
나는 그닥 전화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전화벨 소리에 무신경한 편이다.

저번 주 토요일 아침에 갑자기 집 전화벨이 울렸고 우연히 그 전화를 내가 받게 되었다.
어떤 아저씨가 공손한 어투로 먼저 신원을 확인한 후에,
나에게 집안에 창문이나 집의 외벽 수리를 할 필요가 있냐고 물었고
나는 단답형으로 그런 거 필요없다고 대답을 했다.
그리고 그는 알았다며 전화를 끊었다.

주중에 일을 하다가 갑자기 저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그리고 쓸데없는 일이지만 그것을 캐보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미국에서 보통 서비스 관련 일에 대한 홍보는 전단지가 대부분이고 직접적으로 전화와서
물어보는 일은 없기때문이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이 일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만..)
나의 결론은 다음과 같은 간단한 것이였다.

그 아저씨는 일이 정말로 필요로 했던 것이였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상황은 그 아저씨가 직접 전화해가며 일을 찾아야할 만큼 일이 없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subprime mortgage에 비롯된 미국 불경기는 부동산 경기의 심각한 타격에 주었고 지금 주택관련 직종은
일이 없어서 많은 고난을 겪고 있다. 지금은 뭐 사회 전반적으로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에 시사, 경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 전날의 전화는 그것에 대한 간접 체험(?)이었다고 생각해본다.

사실 그 아저씨의 절박한 심정을 헤아려보며 나름 가슴 아팠다.
상황이 빨리 좋아지기를 바랄 뿐이다.


ps. 그런데 그 아저씨 내 last name을 알고 있던데... 이건 아직 미스테리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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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의문의 몽상가
|
한동안 블로그에 글을 작성하는 것이 뜸해졌다.

물론 주 목적은 취미생활이나 생각을 기록화하기 위해서 블로그를 시작했지만
어느정도의 깊이과 분량을 만족할 만한 글을 작성하려고 하려고
하면 그것에 대해서 고심하게 되고 다시 그것은 글을 작성할 지 말지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지게 된다.

게을러지는 내 마음은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채 시간을 넘겨버리는 것의 연속인 것 같다.

이 태도를 바꾸어보자.
'짧더라도 좋다. 무조건 모든 것을 다 기록해보자.'라고 말이야.
그럼 적어도 뭔가는 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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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의문의 몽상가
|


원섭아,

  내가 너에게 편지를 쓴다.
  이 얼마나 중대하고 이상한 현상이고 평범한 사실이냐? 너는 내가 아는 친구, 나는 네가 아는 태일이. 그러나 이것은 당연한 일이야.
  왜 펜을 잡게 되는지 확실한 것은 모르겠다. 그러나 속이 답답하고 무엇인가 누구에게 말하지 않고는 못 견딜 심정이기에 쓰고 있는 것 같구나.
  서울에 와서 5년이란 세월이 지난 지금 너에게 할 말이 너무나 없다. 그러나 너무 많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현실적으로 애통(哀痛)한 것을
  너에게 심적으로 위로를 받으려고 이렇게 펜대를 할퀴는 것이다. 누구에게 겨누어 할퀴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착잡한 심정을 어느 누구에게
  나누어주어야 한단 말인가?
 
  불행이도 너는 나의 친구.
  내가 괴로움을 당하고 있으니까, 너는 나의 친구니까 정(情)이라는 것을 통해 너에게 답답하고 괴로운 심정을 보이는 거다. 너도 괴롭겠지만
  보지 않을 수 없을 걸세. 어쩌면 좀 잔인한 것 같지만 내가 지나온 길을 자네를 동반하고 또다시 지나지 않으면 고갈할 내 심정을 조금이라도
  적실 수 없을 것 같네. 내가 앞장설 테니 뒤따라오게.

  나는 한 보름 전에 그러니까 9월 15일경에 공사판에 품팔이를 갔었다네. 자네에게는 좀 이상하게 곧이 안 들리겠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네.
  그날은 날씨도 오늘처럼 침울하고 마음처럼 답답했네. 엷은 잿빛 구름은 온 하늘을 바둑판처럼 넓은 호수에 얼음이 녹는 것같이 뒤덮고
  있었으니까.
 
  그 전날에 마음에 다짐을 해서 그런지 아침 5시 40분에 이부자리를 걷어치워 버렸어. 정말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네. 내가 이런 시간에 기상을
  했다는 것은 백과사전을 다 두들겨보아도 없는 사실일세.
  우리 집안 식구들도 이런 나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다는 표정들이었네. 이상하지만 그저 두고 보자는 것일 거야.
  곧 양치를 하고 세수하고 낡은 작업복바지를 꺼내 입고 팔꿈치가 보이는 검정 와이셔츠를 바지춤으로 집어넣고 허리띠를 불끈 매었네.
  불과 십 분도 안 걸렸을 걸세. 어머니께서 아무 말씀 없으신 것이 이상하네. 꼭 무슨 말씀을 하실 것인데 한마디의 말씀도 없이 밥상이 들어왔네.
  이것 또한 이해할 수 없는 일일세.
  나는 지금 어머니께서 무슨 말씀이든지 먼저 하시면 그것을 서두로 해서 오늘 아침의 나의 행동에 관해, 그리고 앞으로 있을 일해 관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려고 버텼지만 식사를 다 마칠 때까지 내 방엔 두문불출이시니…….
  조용히 식사는 끝나고 아침 해도 조금 머리를 내밀었네. 아무 말 없이 집을 나왔네. 6시 20분이었네.
  왜 그랬을까? 아무래도 이상하네. 어머니의 행동이 마음에 걸려 땅만 내려다보면서 버스정류장까지 왔네.
  아! 그렇다! 자학이다. 지극히 못난 행동이다!
  내가 얼마나 바보였던가. 장사광주리를 이고 그 만원버스를 타려고 안간힘을 다하시는 어떤 부인을 보고, 나는 그만 나 자신을 책망하지 않을 수
  없었네. 보라! 얼마나 정직한, 충실한, 거짓이 없는, 생존경쟁의 한 인간이냐?
  불쌍하다면 곧 집터를 닦을 자리에다 집을 짓고 있는 개미보다도 더 가엾고, 밉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목을 졸라 죽여버리고 싶네, ……
  이런 어질고 꾸밈없는 현실 그대로를 알몸뚱이 하나라도 놓칠세라 있는 힘을 다해 약한 자기와 불쌍한 자기의 분신을 위해 강한 이상을 동원하여
  팔과 허리 사이를 오리발의 물갈퀴처럼 벌리고 가시투성이고 얼음처럼 찬, 바위처럼 무거운 냉혈한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어떤 어머니.
  왜 내가 저런 현실적인 인간을, 사람을, 내가 정신적으로나마 학대해야 된단 말이냐? 나는 오늘 아침 분명히, 어머니를 정신적으로 학대한걸세.
  그리고 나 자신을 학대한 걸세.
  어머니께서는 내가 공사장에 삽질을 하러 간다는 것을 알고 계셨거든. 약한 내가, 그런 일을 한번도 해본 일이 없는 자기의 소중한 전체의
  일부가   오늘 뜨거운 태양 아래 비지땀을 흘려야 한다니……. 신체적으로 약하고 자존심이 강한 내가 하루를 무서히 넘길지, 정신적으로 얼마나
  많이 상처를 당할 것인가를 생각하신 것일세. 어미의 그런 심정을 자식은 이해하지 못하고 모든 부조리한 현실을 자식은 어미의 책임인 양
  학대했던 거야. 무언(無言)으로 책임추궁을 했던 거야. 대답을 못하게 해놓고 대답을 아니 한다고 자신에게 냉소했지. 언제나 그랬듯이 언제나
  그렇구나.
 
  무슨 잘못이 있단 말이냐?
 
  현실이 나를 보고 외면하고 냉소한다고 나도 현실과 같은 패가 되어 나를 조롱하는구나. 조롱과 냉소가 지긋지긋하고 너무나도 답답했어…….
  잠시나마 본래의 나를 밀어놓고 감정의 나는 입을 비죽거렸던 것일세.

  버스가 왔네.
  콩나물시루 같다고 흔히들 말하지. 버스는 고무풍선처럼 자꾸 늘어났고 머리가 긴 화려한 산소, 모자를 쓴 산소, 형형색색의 산소들은 철판과
  유리로 된 벽돌을 힘껏 밀었지. 조금이라도 더 크게 늘리려고. 드디어 하나 둘 비명소리를 내기 시작했네. 자기의 존재를, 지금 당하고 있는
  형편을 좀 알아달라고 거의 동물과 같은 신음소리를 내는 것일세.
 
  그렇지만 누가 그것을 알아준단 말이냐?
  어찌하란 말이냐?
 
  내가 탄 버스엔 한 백 명은 탔을 것 같네. 벌써부터 땀이 나고 공기가 희박하여 숨이 막힐 지경이야. 뭇 짐승보다 천대를 받는 인간들.
  그것도 인간이 만든 차에게 말이야!
  앞에 젖소가 트럭에 실려 가네.
  다섯 마리를 칸막이를 해서 실었어. 우습지? 원섭아.
  악몽 같은 40분이 지나고 현장엘 도착했지.
  인부들이 나와 있었네. 늙은이가 넷, 중년 남자가 십여 명 되고 나 같인 젊은 사람은 셋이었네. 두 사람은 다 훤칠한 키에 머리는 대학생
  타입이고 얼굴은 더욱 학생티를 내게 하는 애숭이 청년이었어.
  일이 시작되었네.
  나는 삽을 하나 배당받았지. 손잡이에 종이 상표도 안 떨어진, 끝이 둥글고 뾰족한 어느 공사판에서나 볼 수 있는 삽이야. 십오륙명이 다 같은
  목적을 가지고, 파내다가 중단한 장차 지하실이 될 곳을 향해 파내려갔지. 내가 집에서 생각하던 것처럼 두려움이라든지 또 수치심이라든지
  하는 것은 조금도 없었어.
  오늘 처음 왔건만 누구 하나 간섭이나 주의를 주는 사람도 없었지. 이름을 물어보는 사람도 없었고, 나라는 존재를 인식하는 사람도 없었고,
  그저 묵묵하게 오늘 하루를 어떻게 견딜 것인가만을 생각하는 것 같애.
  무슨 회사나 공장 같으면 최소한 이름 정도는 물어올 걸세. 그러나 묻는 게 다 뭔가? 아는 체도 않네. 도무지 이상할 지경일세. 원래 노동판이란
  다 그런 것인가 싶네.
  밑바닥을 파 흙을 위로 올리는 작업이었네.
  나는 뚱뚱한 중년 남자와 마주보고 삽질을 했지. 꽤 재미있는 일이었네. 반시간이 되기도 전에 이마에 땀이 났고 손바닥이 후끈거리거든.
  그런데 우스운 일이 있네.
  나와 마주보고 삽질을 하던, 배가 사장 배 이상으로 앞으로 처지고 키는 1.7m나 될 사람이 어디서 얻어 쓴 건지 기름에 절은 운전수 모자를 쓰고
  바지는 군복바지에 흰 고무신을 신었네. 런닝샤쓰는 구멍이 벌집처럼 뚫린 것을 입고 오른손엔 목장갑을 끼었는데 손가락은 다섯 개가 다
  나오고 손바닥 부분만 장갑 구실을 하는 것일세.
  얼굴은 일을 할 때나 쉴 때나 꼭 마도로스가 지평선을 바라보는 그런 표정일세. 그저 무의미하게 사물을 판단하지 않고 사는 사람 같았네.
  삽질을 하나 점심을 먹으나 시종 무표정일세. 만약에 그 기름에 절은 운전수 모자를 벗겨버린다면 그 사람은 그 자리에서 쓰러져 바보가 되지
  않으면 죽어버릴 것 같네. 그만큼 그 모자는 그 사람을, 그 돌부처 같은,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는 그 사람 전체를 육체의
  맨 꼭대기인 머리 위에 서서 감독하면서 그를 속세의 사람과 같이 만들어버리고 있었네.
  지금 현재 그가 삽질을 하고 있네. 사실은 그 사람이 삽질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세. 그 때에 절은 모자가 하고 있는 걸세.
 
  얼마나 위로해야 할 나의 전체의 일부냐!
  얼마나 불쌍한 현실의 패자(敗者)냐!
  얼마나 몸서리치는 사회의 한 색깔이냐!
 
 그렇다! 저주받아야 할 불합리한 현실이 쓰다 버린 쪽박이다! 쪽박을 쓰기 시작했으면 끝까지 부서지지 않게 잘 쓰든지 아니면 아예 쓰지를
 말든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그저 무자비하게 사회는 자기 하나를 위해 이 어질고 착한, 반항하지 못하는, 마도로스 모자를 쓴 한
 인간을, 아니 저희들의 전체의 일부를 메마른 길바닥 위에다 아무렇게나 내던져버렸다.
 이 가엾은 인간은 처음 얼마간은 뜨거운 길바닥에서 정신을 못 차린 채로 얼마를 지내고, 또 정신을 차리고 얼마간의 시간을 보내고,
 또 의지와 자존심으로 얼마를 보내고, 마침내 금이 간 쪽박은 뜨거운 열기에 물기가 증발되어 말라비틀어져서 두 쪽이 났네.
 그중 한쪽은 자진해서 쓰레기통에 기어들어가 눈을 감고 죽어버렸네. 또 한쪽, 떨어져나간 한 쪽은 어떻게든지 다시 물기를 빨아들여 비틀어졌던
 육체를 다시 펴고 어떡해서든 그 전체 속에 다시 뭉쳐보기를 희망하는 것이야.
 그런데 내 앞에 선 이 반쪽은 희망하는 것이 아니라 떨어져나간 반쪽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애. 지난날 그 많은 양의 물을 삼키던 그 반쪽을
 말일세. 나도 예외는 아닐세. 그렇지만 나는 그 속에 뭉치지를 않고, 그 뭉친 덩어리를 전부 분해해버리겠네.
 
 오늘 나는 여기서 내일 하루를 구(求)하고 내일 하루는 그 분해하는 방법을 연구할 것일세. 방법이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특히 나는 그
 덩어리가 자진해서 풀어지도록 그들의 호흡기관 입구에서 향(香)을 피울 걸세. 한 번 냄새를 맡고부터는 영원히 뭉칠 생각을 아니하는 그런
 아름다운 색깔의 향을 말일세. 그렇게 되면 사회는 덩어리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또한 부스러기란 말이 존재하지 않을 걸세.
 어떤가? 서로가 다 용해되어 있는 상태는 멋있겠지?
 배가 고프기 시작일세.
 아직 일이 끝나려면 서너 시간은 있어야겠는데 뱃속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고 머릿속이 텅 비어 있네. 확실히 노동은 건강에 좋은가 보네.
 내가 배고픈 것을 느끼고 있으니 말일세.
 그 운전수 모자를 쓴 사람은 나보다 더 시장한가 보네. 벌써 두 번이나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그러고도 시원찮은지 담배를 꺼내 피우기를
 서너 번. 그래도 무엇이 부족한지 연방 십장 쪽을 쳐다보네. 세 삽 뜨고 또 쳐다보고. 왜 그렇게 쳐다보는지 처음에는 궁금했으나 나의 궁금증을
 풀어주기나 하려는 듯 십장이 간식을 가져오는 것이 아닌가?
 아…… 얼마나 반가운 물질이냐? 십 원짜리 삼립빵 두 개. 정말 꿀맛 같다. 두 개만 더 있었으면 얼마나 족할까? 너무 시장했으므로 '코끼리에
 비스킷' 정도밖에 욕구를 못 채웠네.
 오후 5시. 아, 얼마만 더 지나면 집에를 갈 수 있겠구나. 빨리 가고 싶다. 그 보기 싫던 열무김치에라도, 이십 년을 하루같이 나를 대하던 구수한
 밥을 마음껏 욕심을 내어 먹어보리라. 이런 공상을 하면서 삽질을 계속하고 있었네. 손바닥은 부르터서 피가 나오고 허리는 아파서 펴질 못하겠네.
 얼마 있지 않으면 7시가 되겠지.
 자넨 내가 왜 이런 짓을 했는지 모를 걸세. 암, 나도 이런 짓을 하리라고는 생각을 못하였네. 오늘 하루를 무사히 넘겨 나는 그저 내일을 위해
 오늘을 빨리 넘기려는 생각밖에 없었네. 아침 때 생각으로 말일세.
 자넨 내가 삼 년 전부터 제품 계통의 재단사인 줄로만 알 걸세. 그리고 묻지 않는 자네의 그 침착한 성격을 잘 아네. 지금쯤은 한참 골똘하게
 생각을하고 있겠지. 애써 생각하지는 말게. 내가 서서히 실토할 테니까.
 들어보게. 이런 현실 속에서 떨어져 나온 나일세.
 
 내가 일하던 공장은 종업원이 30여 명쯤 되는 어린아이들 잠바를 만드는 곳이었다네. 지금은 가을잠바를 만들지만 조금 있으면 동복용으로
 잠바 속에다 털을 넣고 스펀지를 넣을 걸세.
 종업원 대부분이 여자로서 평균 연령 19~20세 정도가 미싱을 하는 사람들이고, 14~18세가 시다를 하는 사람들일세. 보통 아침 출근은 8시 반
 정도. 퇴근은 오후 10시부터 11시 반 사이일세. 어떤가? 너무 지루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여기에 문제가 있네.
 시간을 따져보세. 하루에 몇 시간인가? 1일 14시간일세. 어떻게 어린 시다공들이 이런 장시간을 견뎌내겠는가? 연령이 많은 미싱공들도
 마찬가지일세. 남자들보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약한 여공들이, 더구나 재봉일이라면 모든 노동 중에서 제일 고된 노동일세. 정신과 육체를
 조금이라도 분리시키면 작업이 안 되네. 공사판 인부들은 육체적 힘을 요구하고 사무원은 정신적 노동을 요구하지만 재봉사들은 양자를 다
 요구하거든. 그 많은 먼지 속에서 하루 14시간의 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너무나 애처롭네.
 아무리 부(富)한 환경에서 거부당한 사람들이지만 이 사람들도 채찍의 한계가 있는 인간이 아닌가?
 
 원섭아! 나는 재단사로서 이 사람들과 눈만 뜨면 같이 지내거든. 정말 여간 고역이 아니야. 이제 겨우 열네 살이 된 어린아이가 아침부터
 퇴근시간까지 그 힘에 겨운 작업량을 빨리 제 시간에 못해서 상관인 재봉사들에게 꾸중을 듣고, 점심시간이면 싸가지고 온 도시락을 먹는데
 코끼리가 비스킷을 먹는 정도의 양밖에 안 될 거야.
 부잣집 자녀들 같으면 집에서 아버지 어머니 앞에서 한창 재롱이나 떨 나이에, 생존경쟁이라는 없어도 될 악마는 이 어린 동심에게 너무나
 가혹한 매질을 하고 있네.

출처: http://windfisher.tistory.com/718



Posted by 의문의 몽상가
|
통과되어 버리는구나.

제갈량의 아버지가 예전에 했던 말이 기억난다.
'옷을 입을 때 윗단추를 잘못 끼우면 항상 마지막 단추는 어긋나게 되어있다.'

어짜피 잘못 끼워진 단추가 예견하는 뻔한 결말일지도 모르겠다.

무엇을 토론하고 투표하는가, 그 지저분한 국회의사당안에서...
그곳은 뻔뻔한 이들의 암투의 결과가 결정되는 곳일 뿐...

합리적인 사고가 없는 곳에 무엇이 민주주의인가...
허울좋은 민주주의, 그것은 기득권주의일 뿐이다.

속는 자의 잘못인가, 속이는 자의 잘못인가...
속는 자도, 속이는 자도, 그 누구에게나 책임은 있다.
하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그저 무관심한 책임일 뿐...
그 무관심이 그들에게 강한 무기가 되고 있다.
Posted by 의문의 몽상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