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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감독 봉준호 (2009 / 한국)
출연 김혜자, 원빈, 진구, 윤제문
상세보기

* 이 글은 극심한 스포일러가 될 소지가 있습니다.

이젠 상영년도가 작년이 된 봉준호 감독의 신작, 마더이다.
저번작 '괴물'부터 봉준호 감독은 상징적인 요소와 작품내에서 생각할 소재를 많이 내포하고 있는데
이번작도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조금은 복잡하기도 한 것 같은데 몇 가지만 언급해보고 평을 해보자.

1. 어머니의 존재와 사랑의 의미
누구나 나를 이 세상에 존재케 하신 어머니는 존재한다. 한국의 어머니는 자식에 대해서 무한한 애정과 관리에 힘쓰지만
그것은 의미가 모호한 상당히 맹목적이라는 것이다. 영화에서의 예처럼 자식에게 살인혐의가 있다면 거의 십중팔구
내 자식이 누명을 썼다고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라는 점이다.

2. 공권력의 비성실함, 무력함
봉준호작에는 꾸준히 다뤄지는 부분이다.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관은 자신에 이로운 방식으로 생각하며 행동하고
일을 처리한다. 그들이 약자의 입장에서 서줄리는 만무하다는 것이다. 입장이 바뀌었다면 과연 그럴수 있을까?
서글프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사는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3. 빈틈많고 허무한 법체계
엄마가 고용한 변호사는 성공안전주의형 인간이다. 현실적인 그가 내린 판단은 죄를 인정하되 아들을 정신병자로
감형이 가능한 점을 강조한다. 같은 죄라도 정신병자라면 죄를 덜 받게 된다(?) 얼마나 황당한 법인가.
'나영이 사건'을 연상하게 하는 장면이였다.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봉준호 특유의 냉소적인 시각이 많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그것은 관객이나 장르의 일반화에 대한 것도 포함하고 있다.
이 영화가 따라가고 있는 장르는 서스펜스이고 관객은 영화를 보면서 뭔가를 추리하고 싶어하고 결과를 예측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를 보면 알겠지만 모든 것은 원점으로 돌아가고 모든 것이 의미없음을 보여줬던 것 같다.
'스토리의 주인은 보여주는 화자인 감독이다.'라는 작가주의의 경향이 상당히 엿보였던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 스타일은 개인적으로 '명탐정 셜록홈즈'를 연상하게 한다. 독자는 절대로 범인이 누구인지 짐작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스토리가 시간상의 배열로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 않으며 용의자의 폭이 상당히 넓기때문에
후에 어느 랜덤한 인물이 범인이 되도 이상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소년탐정 김전일'처럼 범인이 이 안에 있으니 추리해서 이 중에서 찾아보시라라는 관람자에 친근한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쭉 보다보면 감독은 친절하게 모든 것을 다 보여준다.
기억하지 못하는 아들을 재촉해서 듣는 충격적인 가족사는 왜 극의 엄마가 아들에게 집착하게 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보여주는 듯 싶다. 하지만 후반에 엄마가 기대한 모든 것이 뒤틀린 후에 설정된 잔혹한 파국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극은 극일 뿐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영화내에서 캐릭터는 상당히 독특하고 모호한 부분이 많았다.
어떠한 캐릭터도 선하거나 악하다고 평할 수 없다. 또한 어떠한 캐릭터도 정상적이거나 비정상적이다고 평할 수 없다.
(* 인간사 사실 누구도 이것을 평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모두 그저 미묘한 차이일 뿐...)
제 각기 때로는 선하고 정상적이며 때로는 악하고 비정상적으로 행동한다.
아쉬운 건 영화내에서는 (파격적인 스토리를 위해서 그랬겠지만) 악하고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부분이 훨씬 많다.

영화는 전혀 지루하지 않지만 계속되는 반전과 비상식적인 전개에 몰입도는 떨어졌고 '살인의 추억'과 같이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도 아니다. 의도대로(?) 거리감이 느껴졌고 스토리가 비정상적인 전개에 의해 잔혹했던 부분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영화를 보는 뒷맛은 씁쓸하다. (이게 공감의 포인트인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하지만 오프닝과 엔딩은 깊이 인상이 남을만큼 뛰어났다고 평하고 싶다.
(어느 신인 감독이나 그렇지만 봉준호 감독도 '살인의 추억'을 뛰어넘는 후속작 나오기는 어려운 듯 싶다.
조금씩 아쉬움만 더해가는 듯...)

-

힘들고 지치는 인생사, 무엇이 남겠는가.
아픔과 상처의 기억을 지운다. 그리고 춤추고 미쳐 그들과 함께 놀아보노라!


ps.
딱히 영화보면서 연기는 평할 생각없지만..
극을 이끌어 가는 김혜자, 비교적 짧은 씬에도 진구의 역은 강렬했다. 봉준호 감독은 원빈에게 미안해 하셔야 할 듯;
상갓집에서 묘한 교차 시퀀스도 기법상으로 꽤 독특하고 멋졌다고 생각이 들지만 그냥 패스.
마지막으로 메인테마로 들리는 음악 너무 좋은데 역시 '이병우'라는 이름이 올라온다.
개인 앨범 좀 나왔으면 하고 소망해본다. 음악들을려고 영화봐야 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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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의문의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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