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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ux: (주로 문학이나 영화에서) 되돌아온, 복원된.

왕가위 감독은 내가 감독의 Filmography를 꼼꼼히 살피면서 영화를 찾아보는 유일한
감독이다. 미국에서 My Blueberry Nights 제작이후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작년에 1994년작 동사서독 (Ashes Of Time)의 Redux 버전을 발표했다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알게됐다.

동사서독이라는 작품은 사실 왕가위 자신에게 상당한 좌절과 시련을 가져다준 작품으로
유명하다. 장국영을 비롯해 양조위, 양가휘, 장학우, 임청아, 장만옥, 왕조현이라는 중화권 톱배우들을 모두 출연시키는 파격적인 캐스팅에 제작기간은 2년을 넘어가도 언제 끝낼 수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이 작품의 제작도중에 가볍게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동안만에 만든 중경삼림(Chungking Express)는 그를 세계적인 감독의 반열로 오르게 만들고 다시 이 작품도 끝마치게 되는 계기를 갖게 된다.

왕가위 인터뷰를 읽게되면서 이번에 Redux 버전을 만들게 된 시발을 알게 되었는데,
원래는 간단한 복원을 원했는데 자신이 원래 필름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결국 세계
곳곳에 흩어진 필름들을 다시 수거하고 그것을 복원시키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100% 복원은 불가능하다는 결론하에 다시 재편집을 감행했다고 한다.

전작을 100% 복원이 불가능한 탓에 상영시간도 10여분 짧아졌지만 그대신 몇 컷을
CG나 복합적인 처리를 통해서 교체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왕가위 자신이 원래
이런 컷을 원작에 넣고 싶어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사실 이번작이 원작보다 더 나아졌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감독이 이르길 원작이 다섯개의 구성을 이루고 있다면 Redux에서는 4개의 구성으로 같은 주제를 더 명확하게 묘사하고 있다고 말한다.

"바람이 잔잔하니 깃발이 고요하다. 심란한 사람의 마음속이 이와 같다."
- 이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가 검색을 통해서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불가 육조단경에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는데, 두 스님이
바람이 불어 깃발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한 스님은 바람이 움직인다고 말하고 다른 스님은 깃발이 움직인다고 말하면서 다툼있어 스승에게
묻자,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움직이는 것은 당신 마음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에 사물을 봄에 있어
주관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위의 말은 이것을 거꾸로 이해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다시 풀어보면 '판단할 수 없고 마음먹은 대로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영화속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모두 운명에 어긋난 사랑을 하며 그에 대한 아품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등장인물의
삶은 다시 그들 주변의 인물들과 밀접한 연관 관계를 가지고도 있다는 것을 영화를 끝까지 보게 되면 알게 된다. 하나의 어긋남이 또 다른
어긋남의 계기가 되고 이런 차륜적인 관계는 영화내의 거의 모든 인물들을 비탄의 삶으로 몰아넣고 있다.

만약 누군가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자신을 어긋난 인생을 바꿀 수 있겠는가? 그리고 또한 다른 사람의 삶까지도...
인간의 힘으로 그것이 과연 가능한 것일까? 영화는 그 모든 것이 불가능할 것같은 운명론에 힘을 싣는다. 그리고 결국 의지할 수 있는
피난처는 자신의 기억을 지우는 술, '취생몽사'일 뿐이다.

왕가위 감독의 작품에는 항상 '시간'이라는 중요한 요소가 자리잡고 있다.
시간은 항상 타이밍이라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삶을 어긋나게 하고 우리는 그것에 종속되어진 운명을 짊어지고 산다.
그리고 다시 시간은 운명의 아픔을 잊게 만들어준다. 그는 '2046'에서 "사랑은 타이밍이다."고 말했지만 사실 인생 그자체가
타이밍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본다.

왕가위의 작품을 볼 때마다 항상 무엇을 중심으로 봐야될 지 그것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시작한다. 스토리? 스크립트? 아님 영상미학?
관람하는 사람마다 제 각기 자신의 스토리 분석, 스크립트 또는 영상를 분석한 자신만의 해석을 내어놓는다.
(사실 그것을 찾아읽어보는 것도 꽤나 재미있다.) 어짜피 내가 분석한다고 해서 잘 될리도 없을 것 같고 자신의 감상을 진솔하게 표현하는
것이 고작일 듯 싶다. 그래도 재미있는 점은 그의 영화를 볼 때마다 느낌과 생각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점이겠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장국영에 대한 회고이다. 우리는 얼마나 아름다운 배우를 잃었는가!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왕가위가 장국영을 회고하는 작품인지도 모르겠다.


- 왕가위 인터뷰 링크
CHUD.COM IGN.COM
Posted by 의문의 몽상가
|

다찌마와 리는 제가 생각하는 2000년 이후 한국에서 가장 암울하게 볼만한 영화가 없었던 해에 개봉했던 작품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 가장 강하게 드는 느낌은 이 영화가 류승완을 한국의 쿠엔틴 타란티노라고 볼러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감독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예전에 가끔 류승완 감독이 영화 홍보를 하기 위해서 가끔 TV 예능프로에 나왔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저도 가끔보고
그가 어떤 얘기를 하나 들어보왔지만 사실 그는 그냥 예능프로에서의 역할에 충실했을 뿐, 그다지 그 자신을
내보이진 않았습니다. 다만 이야기하는 면면이 영화를 참 좋아하고 영화를 많이 본 사람이구나라는 느낌은 들었죠.

쿠엔틴 타란티노는 제가 느끼기에는 대개 패러디나 자신이 좋아하는 감독의 오마쥬를 자신의 작품을 삽입합니다.
차용이라고 하기 뭐할 정도로 영화에 꽤 많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한 차용에서 머무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작품에 어울리게 변형되고 또 다른 의미를 부가하며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갑니다.

다찌마와 리는 오프닝부터 어느 영화에선가 많이 본 듯한 이미지를 가지고 시작합니다.
마치 '카우보이 비밥' 또는 '007'의 오프닝을 보는 듯한 등장인물 스틸사진과 이름이 등장하고 또 후에 등장하는 무기중에
하나인 표창이 부채모양으로 펼쳐지는 클로즈업이 나옵니다. 이건 마치 다른 영화(러셀 웨폰? 파이트 클럽?)에서 오프닝에
권총이나 칼을 클로즈업으로 등장했던 것을 연상하게 합니다.

이 소설이 원래 인터넷 소설의 원작을 기반으로 했다는 걸로 압니다만, 영화 다찌마와 리는 확실히 단순히
인터넷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 아니라는 것은 보는 중간 장면 장면마다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이 소설의 포인트를 잘 잡았던 것은 영화의 배경이 되는 장소가 한국, 만주라는 동양의 장소에서
한국이 일제시대를 겪으면서 서양의 문물이 들어와 혼합되는 역사적 시대에 놓여있었기때문에 동양 문화와 서양
문화의 만남, 그리고 퓨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기존의 영화들이 만들어 놓은 모든 이미지가 다찌마와 리에서는
스토리와 어울려서 가능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서로 다른 이질적인 문화의 퓨전을 영화에서 잘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처음 시작하면서 마치 첩보영화를 보는 듯한 미션 임파서블의 분위기를 풍깁니다. 후에 만주로 가면서 서부극,
그리고 마리와 함께한 미션은 마치 '007'이나 '오스틴 파워'를 연상케 합니다. 다시 다찌와리 리가 기억을 상실하고
나서 무술 연마를 하면서 다시 만나는 적이 한 손에 칼을 든 모습을 보고 외팔이 검객이라 외치죠.
이건 아마 김용 무협 소설 '신조협려' 양과를 지칭하는 말이였을 겁니다. 그 후에 만주 벌판에서 다찌마와 리와 왕서방 무리의
액션 씬은 흡사 왕가위 감독의 '동사서독'을 연상시킵니다.

이 영화는 100% 후시녹음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떤 인물은 연기자의 본래 목소리와 전혀 다르기도 또 후시녹음의
특성상 영상과 소리가 100% 매치되지 않습니다. 주의 깊게 들어보시는 분이라면 상당히 부조화적인 면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왜냐하면 목소리에 치중하면서 배경소리를 아예 없애버렸기 때문에 관객 입장으로썬 어색하지만 대사에 더욱
치중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영화 방식은 이 작품이 원래는 영화가 아니라 연극을 보는 듯한 이미지를 그려냅니다.
또는 마치 텍스트를 이미지화한 느낌입니다. (어느 분이 류승환 감독을 이 영화를 보고 변사라고 불렀던데 그것과 비슷한
지적이다고 생각합니다.)

대사를 집중해서 듣게 되면 알지만 많은 대사가 특히 외국어를 한국어로 하는 것은 애드립같이 들립니다.
후시녹음을 해야하기 때문에 싱크를 맞춰야한다는 점때문에 결국에 이 같은 제작 방식이면 적어도 둘 중하나는
선택해야 될 겁니다.
1. 대본을 만들어놓고 배우가 대본대로 대사를 하고 나중에 성우가 대본 그대로 더빙을 한다.
2. 배우가 애드립을 하고 그걸 녹화, 나중에 성우가 녹화된 애드립을 듣고 더빙을 한다.
뭐 아예 그냥 촬영하고 입모양이나 추측으로 그냥 성우가 알아서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너무 프로답지 않은 선택인 것
같습니다. 결국 어느 쪽으든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과정일 것 같습니다.

다찌마와 리는 이런 모든 것을 아우르는, 어떻게 보면 류승완 감독이 좋아했던 영화의 이미지를 종합해보고
그러는 와중에 많은 것이 다시 퓨전이 된 영화인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보기엔 패러디 영화로 보기엔 너무 세련됐다는
느낌도 있습니다.(예전에 무서운 영화나 총알탄 사나이 이런 영화들과 비교해보자면요.) 모든 게 잘 어울려지고 또 그것이
한국적인 정서를 그리고 있는 것은 좋은 점이지만 류승완 감독의 스타일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임팩트가 좀 약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영화의 이미지와 다른 영화의 이미지의 대립이나 조화가 없이 각각의 씬마다 마치 이벤트처럼
여러 장면이 차용된 것이 아쉽네요.)

3.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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