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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산부인과로부터 받은 연락.
자신의 아이가 다른 사람의 아이와 바뀌었다는 사실.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이 난해한 문제를 통해서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질문을 던진다.

이 영화를 보고 나에게서 떠오르는 질문은 '당신은 어떤 가족을 원하십니까? 그리고 당신은 어떤 가족입니까?'인 것 같다.

영화안에는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두 가족이 있다. 일류기업에서 일하는 엘리트적인 아버지 그리고 결혼후 가정주부된 어머니와 아이로 이뤄진 노노미야 가족. 동네에서 조그마한 전파상을 운영하는 아버지, 알바하는 어머니, 그리고 삼남매의 사이키 가족.

 

노노미야의 가족은 전형적인 부유한 가정의 모습이였고, 내가 그 안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파편화였다. 거의 자신의 모든 시간을 자신의 일에 할애하는 아버지 료타, 평범한 가정주부로서 충실한 어머니 미도리 그리고 아직은 어리고 순진무구한 케이타. 그들은 언듯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정상적인 가정이다. 하지만 이 가족에겐 미묘하게 정서적 유대감의 결핍이 존재한다는 것이 많은 장면을 통해서 묘사되고 다시 상대편 사이키 가족을 통해서 부각되어 진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현대의 가족이 그러한 결핍을 보이는 이유를 '시간'이라고 얘기하는 것 같다.

"애들에겐 시간이예요." "아버지란 일도 다른 사람은 못하는거죠." - 사이키 유다이

아버지 료타는 성공하고자 하는 욕심이 많은 엘리트이다. 그러한 자신의 꿈을 성취하기 위해 주말도 없이 일을 한다. 아버지가 비어있는 동안 미도리는 항상 료타를 서포트하고 기다리며 케이타의 양육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고 료타가 가정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그는 케이타의 입학식, 연주회, 아버지의 위병소식 같은 중요한 일에는 항상 참석을 한다. 단지 그에게 부족했던 것은 가족에게 할애하는 '시간'이였던 것이다. 흔히 일의 능률을 따졌을 때 우리는 질과 양으로 구분하고 질적 향상을 꾀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유다이씨가 말한 것처럼 가족의 유대감을 유지하기 위해선 함께하는 시간, '양'이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다는 점을 보여줬던 것 같다. 여기엔 인간 관계에 대한 히로카즈 감독의 성찰이 보이는 듯 싶은데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유지시키기 위해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즉 인간 관계에선 '양=질'이란 것이다.

본래 다큐멘터리 감독이였던 히로카즈 감독은 그의 영화 표현기법이 리얼하게 연출된 장면을 무미건조하게 표현하는 게 특징인데 이번 영화만큼은 감독이 간접적으로 개입하여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대사를 통해 전달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었다.

"피? 자네 의외로 구식이군." - 료타 친구 변호사
"피가 연결 안됐어도 같이 살다보면 정도 생기고 서로 닮아가게 되지. 부부들도 그러잖아. 부모자식도 그런거 아닐까?" - 료타 어머니 노부코

영화에서 보며 들었던 또다른 질문은 '우리가 어떻게 가족을 규정짓는가'이다. 영화의 스토리를 통해서 직접적으로 보여지는 부분인데, 아이가 바뀌게 되었다면 당신은 혈육과 6년간 함께한 다른 사람의 아이중에 누굴 선택할 것인가? 료타는 잠시 이기적인 마음을 품고 두 아이를 모두 취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비록 사이키네는 형편이 어렵지만 돈때문에 자식을 남에게 넘길만큼 유다이가 파렴치한 아버지는 아니였다. 오히려 그런 제안을 했던 료타에게 뺨을 때리며 "져본 적이 없는 사나이는 정말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모르는군."이란 일침을 가한다. 자식 가진 부모로서 당연한 반응이다. 결국 료타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을 수 밖에 없었고, 혈육은 자신을 닮는다는 이유로 친자 류세이를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료타는 류세이와 부자간의 충분한 유대감을 갖지 못했고 가정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류세이는 원래 자신의 집으로 가출을 하게 된다. 아무리 피로 이어졌다해도 부모 자신간의 관계가 저절로 생겨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 후 료타는 류세이와의 교감이 절실히 필요함을 느꼈고 아이의 눈에 맞춰 행동함으로써 원만한 가정을 이루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영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우연히 보게된, 오랬동안 사용했던 카메라안의 사진을 통해서 료타는 자신에 대한 케이타의 애정을 발견했고, 동시에 6년동안 키웠던 자식을 남에게 버린(?)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료타는 (영화에서 처음으로) 눈물을 보이게 된다. 곧바로 료타는 사이키네를 찾아가게 되고 토라진 케이타와 화해를 하게 된다. 이 장면은 영화에선 가장 임팩트가 있었던 것 같다.

피로 이어진 관계를 우리는 가족으로 정의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그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그렇게 가정을 이루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영화에서 나왔던 것처럼 부부나 의부모님처럼 모든 가족이 피로만 이어진 것은 아니다. 가족이란 혈육이라는 인증이 아니라 '우리가 가족이다'라는 교감과 유대감을 갖는 인간관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본다. '내가 좋은 아들일까?' '나는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많은 생각이 들었고 복잡한 심경이였다. 하지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것을 바라보며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마음속으로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2013)

Like Father, Like Son 
8.5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후쿠야마 마사하루, 오노 마치코, 마키 요코, 릴리 프랭키, 니노미야 케이타
정보
드라마 | 일본 | 121 분 | 2013-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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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의문의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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